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기업에 기여하는가? 금융회사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창민 & 정준영 — 재무관리연구(財務管理硏究), 제34권 제4호 (2017), pp. 159–195.
연구 질문
소위 "낙하산 인사"로 불리는 정부관료 및 금융공기업 출신 사외이사는 과연 기업에 도움이 되는가? 금융회사는 높은 규제 강도로 인해 정부 커넥션을 가진 사외이사의 역할이 특히 중요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본 연구는 이 가설을 직접 검증하여,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금융회사의 단기 성과(ROE, ROA)와 장기 기업가치(토빈 Q)에 낙하산 사외이사가 실제로 기여하는지를 분석한다.
금융회사는 이 질문에 답하기에 특히 적합한 환경이다. 규제 강도가 높아 정부 커넥션의 가치창출 경로(규제비용 감소, 정책 접근성)가 가장 명확하게 나타날 수 있는 반면, 정보 비대칭과 복잡한 업무 구조로 인해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감시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상충되는 힘 중 어느 쪽이 지배적인지를 실증적으로 가린다.
데이터 및 방법론
분석 대상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시한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수집한 515개 기업-연도 관측치다. 사외이사의 특성은 경제개혁연구소의 경력분류를 따라 4가지로 구분한다: (1) High_GOV — 차관급 이상 고위 정부관료; (2) GOV — 정부관료 전반; (3) FI — 금융공기업 출신(한국은행, 금감원, 산업은행 등); (4) PROF — 대학교수. 이 중 처음 세 범주가 소위 "낙하산 인사"에 해당한다.
종속변수는 ROE, ROA(단기 성과)와 토빈 Q(장기 가치)다. 통제변수는 기업 규모, 부채비율, 성장성, 잉여현금흐름, 연구개발비, 광고비, 매출성장률, 불확실성, 이사회 특성(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규모)이다. 다변량 회귀분석을 기본 분석으로 사용하며, 이사회 감시기능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이질성 분석을 통해 결과를 확인한다.
주요 결과
낙하산 사외이사의 성과 프리미엄 없음. ROE, ROA, 토빈 Q 모두에 걸쳐, 차관급 이상 고위 정부관료(High_GOV), 정부관료(GOV), 금융공기업 출신(FI) 사외이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는 비교 기업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금융공기업 출신(FI) 범주는 일부 모형에서 단기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반면 대학교수(PROF) 출신 사외이사는 성과와 양의 관계를 보여, 커넥션이 아닌 실질적인 전문성이 이사회 효과성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감시기능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도 실패. 사외이사의 감시기능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군 — 연구개발 지출이 많은 기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존재하는 기업,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 — 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대부분 유의미한 성과 기여를 하지 못했다. 이는 이들 이사가 이사회의 핵심 기능인 감시와 자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로비 가치는 있지만 감시 가치는 없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비용-편익 관점에서 해석한다. 낙하산 사외이사는 규제 마찰 감소, 정책 접근성 등 대정부 로비 가치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이것이 측정 가능한 기업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동시에 사외이사 제도의 핵심 존재 이유인 감시 및 자문 기능은 이들 이사에 의해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자를 위한 함의
이 연구 결과는 의결권 행사와 이사회 인게이지먼트 전략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정부 커넥션 및 금융공기업 출신 사외이사에서 성과 프리미엄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러한 선임을 승인하는 관행적인 의결권 행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는 국내 금융회사 사외이사 후보를 평가할 때 형식적 비계열 여부를 넘어 실질적인 독립성과 전문성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둘째,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더 강한 성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발견은, 규제 관계보다 실질적인 도메인 전문성이 이사회 효과성의 더 신뢰할 수 있는 동인임을 시사한다. 이사회 구성에 초점을 맞춘 인게이지먼트는 기업의 규제 관계가 아니라 실제 사업 리스크에 부합하는 전문성을 가진 이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본 연구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섹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 분야 스튜어드십에 직접적인 적용 가능성이 있다. 가치 창출 전문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 없이 낙하산 인사를 포함하는 경우, 해당 선임에 반대 또는 플래그를 적용하는 스튜어드십 입장을 지지하는 결과다.
주요 참고문헌
- Faccio, M. (2006). Politically connected firms. American Economic Review, 96(1), 369–386.
- Goldman, E., Rocholl, J., & So, J. (2009). Do politically connected boards affect firm valu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2(6), 2331–2360.
- Yermack, D. (1996). Higher market valuation of companies with a small board of director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40(2), 185–211.
- 강윤식, 국찬표 (2012). 사외이사의 출신배경과 기업가치. 재무연구, 25(1), 1–44.
- 이창민, 정준영 (2017).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기업에 기여하는가? 금융회사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재무관리연구, 34(4), 159–195.